12시간의 비행 끝에 로마에 도착했다.
나처럼 비행기에서 자기 위해 전날 밤새는 것을 비추하는 이유는 내가 비행기에서 제대로 자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적당히 자고 수면제 먹고 자는 게 나을 것 같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 잠깐 잠들었다가 깬 후로 거의 잠을 못 잤다.
아예 정신이 말똥말똥했으면 그냥 약을 먹었을텐데, 금방이라도 잘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완벽하게 잠들지도 않고 가수면에 가까운 상태 또는 그냥 피곤한 상태로 12시간을 보냈다.
동행인은 전날 밤에도 밤을 새지 않았고, 비행기에서도 나보다는 더 잤다.
다빈치 공항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 5시 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행인은 내리자마자 화장실로 달려갔는데, 유럽의 남자 소변기는 높아서 키가 2메다는 되어야 안정적으로 볼일을 치를 수 있을 것 같더라며, 직접 겪은 유럽의 첫 위용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아아니, 그럼 도대체 네덜란드의 소변기는 어떻다는 것일까!!)
그 사이에 짐은 정말 금방 나왔고(자본주의!!) 이젠 이탈리아 도둑놈들에게 털리지 않고 숙소에 무사히 도착하는 과제가 남았다.
공항에서 숙소 가는 법도 동행인이 알아보고 온 지라 아주 마뜩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따라갔다. 약간 헤매긴 했으나 곧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를 탈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는 편도 14유로로, 키오스크에서 구매 가능하다. 공항에서 테르미니 역까지 30분 걸린다. 숙소가 테르미니역에 있다면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를 추천한다. 굳이 예약할 필요도 없고, 표를 사면 100분인가? 유효하기 때문에 기차를 놓쳐도 다음 열차를 타면 된다.
열차 내부는 의외로 사람이 없고 깨끗했다. 사실 인천공항 가는 공항철도 열차 내부에서 노숙자 냄새 같은 게 나서 좀 괴로웠다. 화재 사고를 대비해서 불가연성 패브릭 소재를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천소재 의자인 것도 원인 중 하나 인 것 같고, 여하튼 내가 탄 차량이 유독 그랬는지는 몰라도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는 일단 의자가 패브릭 재질이 아니고 내가 탔던 차량에 일행이 우리 뿐이어서 아주 쾌적하게 왔다.
그리고 사람이 없는데도 직원이 좌석마다 소독제 뿌리고 닦는 모습을 보니 더더욱 마뜩하고 흡족했다.
그렇지만 경계심은 낮추지 않고 가방 칸을 주시하면서 왔다.
테르미니역 주변도 치안이 안 좋다고는 헸지만 로마에서 실제 관광 일정은 이틀뿐이었고, 맨 처음에는 남부나 나폴리를 하루 다녀오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교통이 편리한 테르미니역 근처로 숙소를 잡았다.
그래도 치안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일단 역 주변에 경찰들이 곳곳에 있고 내가 예약한 호텔쪽은 안전하다고 한다.
길거리에 노숙자들은 있지만 위협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지도상 우범지대는 역 기준 동남부라고 한다(빨간 동그라미). 한인민박, 한인마트가 많은 장소라고 하는데 참 안타깝네...
여하튼 나는 동행인이 있어서 일수도 있고, 숙소 위치가 괜찮은 것일 수도 있지만 위험한 지역이라고 보이지는 않았다.
내가 예약한 호텔은 베스트웨스턴 로얄 산티나 호텔. 지도에 보면 빨간 점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름처럼 싼티나지는 않더라는 드립을 치고 싶어서 몇 번 참다가 결국 처음 업로드하고 몇 시간 후에 추가한다. 이런 걸 대디 조크라고 하더구만 껄껄.)
유럽여행 카페에서 깔끔하고 괜찮다는 추천글을 보고 예약했다.
3박에 도시세 포함 500유로(무료 취소 가능)였다. Comport King 룸에 조식 불포함 옵션이었다.
그나마도 일찍 예약해서 가격이 괜찮았고, 지금 예약하려면 더 작은 병을 기준으로 1박 300유로 정도 하는 것 같다. 물론 300유로 주고 자기엔 돈 아깝지만, 요즘 유럽 호텔 가격이 워낙 ㅎㄷㄷ하니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비행기건 호텔이건 오늘 해라)
숙소 가격 비교는 의외로 구글이 괜찮았다.
우리가 모르는 플랫폼들이 가격이 아주 저렴했는데, 믿을 수 없어서 이용하지는 않았다.
숙소 고르는 팁이라면... 한국인들 많이 가는 곳이면 평타는 친다(는 것이 나의 신념).
그런데 좀 다른 경험을 하고 싶거나 추천 숙소를 찾기 어려운 경우 유럽 숙소는 부킹닷컴에서 평점 9점 이상으로 필터링하고, 리뷰가 많은 숙소를 고르는 게 좋다.
예약은 대부분의 경우 공식 홈페이지에서 하는 것이 가장 저렴했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공홈 예약을 추천한다. 아무래도 안전하니까.
현장 결제 옵션이었는데, 유럽 호텔들이 현장에서 결제하려고 하면 예약 당시보다 가격을 올리기도 한다고 들어서 단단히 준비하고 갔지만, 글로벌 체인 호텔이라 그런지 그런 일 없었다.
체크인하는데 직원이 쌈박?(3박?) 이라고 해서 내가 처음엔 잘못들은 줄 알았는데 한국말 할 줄 아는 직원이었다.
한국어 전공에 성신여대에서 교환학생도 했다고 함. 아무래도 외국 호텔에 말 통하는 사람 있으면 편하다. (차후 동행인은 로비에 내려가서 그 직원한테 근처에 편의점 없냐고 물어봤다고 함;;)
객실은 그냥 뭐... 뷰도 없고 아주 세련된 것도 아닌 모텔 느낌의 평범한 객실이었지만 깔끔하고 옷장이 꽤 넉넉했고 객실 크기도 적당했다.
에어컨도 잘 나옴
욕실에는 팬시하지는 않아도 욕조가 있었다.
많이 걷는 여행에서 숙소에 욕조가 있으면 굉장히 큰 장점이 된다. 동행인은 첫날을 제외한 이틀 모두 욕조를 이용했다.
금고가 있어서 맥북과 현금, 여권을 모두 보관했다.
무료 생수는 제공되지 않았지만, 냉장고 미니바에 있는 생수가 2유로 정도로 비싸지 않았다.
체크인 전후 짐보관 서비스도 제공된다. 요즘은 일부 호텔에서 유료라고 들었다.
첫 날 저녁은 너무 피곤하고 비행기에서 3식을 해서 배도 안 고파서 동행인은 맥도날드에서 빅맥과 사이드 메뉴를 하나 샀고, 나는 그 사이드 메뉴를 조금 집어먹었다.
이렇게 무사히 로마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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