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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 #3] Day 2 삼만보 로마 - 콜로세움 포토 스팟/로마 일몰 명소

제이로거듭난피 2023. 6. 27.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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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로마 일정에서 보고 싶은 게 딱 2개였는데, 하나가 콜로세움 다른 하나가 바티칸이었다.
15년 전 콜로세움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질려 버려 들어가볼 시도도 못하고 사진만 찍은 것이 아쉽고, 바티칸은 시스티나 천장 벽화를 보며 느낀 경외감을 다시 한 번 경험하고 싶었다. 
 
이제는 콜로세움을 비롯한 이탈리아 관광명소나 박물관이 모두 사전 예약제가 되었다. 이탈리아에도 현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게 도리어 더 큰 좌절이 된다.
대부분의 예약이 환불은 당연히 안 되고, 변경도 되지 않는다. 한달 전에 예약하든 두달 전에 예약하든 변경은 되지 않는다.
이유도 알 수 없고, 그저 이탈리아 관광청의 횡포라고 생각되지만 우리가 뭐 힘이 있나... 
예약이라도 되면 다행이다. 콜로세움은 예약도 불가능하다.
30일 전부터 순차적으로 예약이 열리는데, 도대체 어떻게들 성공한다는 것인지... 몇 차례 도전했다가 그냥 포기했다. 
바티칸도 유명한 투어 업체의 패스스트랙 투어는 모두 예약이 마감되어, 급하게 소규모 업체에서 진행하는 소규모 투어를 예약했다.
이때가 여행 1주일 정도 앞둔 시점이었는데 스트레스와 좌절감이 상당했다 T_T
 
여튼, 콜로세움 내부는 못 보더라도 구경은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일찍부터 숙소를 나섰다. 
볕은 좋고 아침이라 바람은 선선했다. 내가 도착하기 전날까지 비가 왔다는데, 날씨가 좋아져서 다행이다.
콜로세움 도착 시간이 9시경이었는데 이미 사람이 많기는 했지만 아주 많지는 않았고, 대부분 투어 일행으로 보였다.
그리고 팔찌 파는 잡상인들이 좀 돌아다니고 있었다.
에전에는 집시들이 판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난민들인 것 같기도 하고...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팔찌를 채워주는 광경을 목격했다.
당사자가 거부 의사를 밝히자 순순히 물러서긴 했지만, 나는 직접 겪고 싶지는 않으니까 흰자로 사방을 주시하면서 다녔다.
나한테 다가오려고 하는 팔찌팔이가 하나 흰자 시야로 들어와서 멀찍히 돌아서 갔다. 흰자 시야를 연마해두면 이렇게 유용하다.
흰자 시야가 익숙하지 않다면 그냥 기본적으로 팔짱을 끼고 다니는 게 좋을 것 같다.
겉으로만 봐도 규모가 엄청난 콜로세움을 보니 저걸 짓는 데 들어갔을 노동력이 연상이 되어서 잠시 고통을 느꼈다.
20대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40대 노동자가 된 지금은 2천년 전 노동자의 고통을 밀접하게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콜로세움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면 사진이라도 잘 찍어야지!! 사진 찍기 좋은 스팟을 공개한다.
나도 알고서 찾아간 건 아니고 콜로세움을 둘러보다가 저긴 뭐하는 데냐 하며, 오르막이라 가기 싫음을 은근히 어필하는 동행인을 끌고 올라갔더니, 이렇게 좋은 포토 스팟이 있었다.
그냥 내 생각인게 아니라, 이곳에 갔더니 전문 포토그래퍼를 고용해서 스냅 촬영을 하는 양인 커플도 있었고 나보다 조금 늦게 한국인 투어 그룹을 이끌고 올라온 가이드가 한  이야기다.

"여기가 콜로세움이 제일 잘 나오는 곳입니다. 찍으세요."


아쉬운 점은, 내가 찍어준 동행인의 사진은 그나마 나은데, 동행인이 찍어준 나의 사진은 건질 게 없다는 것. 사진을 못 찍는(찍사로서, 모델로서) 둘의 조합은 참말로 안타깝다.
사진 찍고 잠시 쉬는 동안 양인 노부부가 각자 서로를 찍어주고 있길래 다가가서 사진 찍어드릴까여? 라고 친절을 베풀어보았는데 할배가 단칼에 놉 거절했다. 할머니는 반가워하는 눈치였는데... 내가 카메라 들고 도망갈 것처럼 생겼던 것일까...
 
https://goo.gl/maps/DCyeStzV2VfYsYRa6

 

Giardinetto del Monte Oppio · Via del Monte Oppio, 00184 Roma RM, 이탈리아

★★★★★ · 정원

www.google.com

안정적인 구도
콜로세움에서 위의 정원으로 가는 길 다리 위에서

포로 로마노를 지나...

하늘 보소...

판테온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목이 말라서 눈에 띄는 젤라또 가게에 가서 로마에서의 첫 젤라또를 먹었다.
피스타치오가 정말 진한 맛...  이거시 이탈리아 젤라또!

정말 진한 피스타치오. 가게 이름도 기억이 안 난다.

슬슬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태양이 정수리를 쪼아대는 와중에 겨우 당도한 판테온은 줄이 어마어마했던 관계로 판테온 관람은 과감하게 포기했다. 나에겐 5주 후 두 번째 기회가 있다. 
화장실도 이용할 겸, 근처 카페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동행인은 커피를 나는 와인을 주문했다. 글라스 와인이 6유로였다.
낮술 하는 기분 째짐.... 하... 이게 사는 거지. 
https://goo.gl/maps/1hdy8JLJ4KRcEka29

 

Ginger · Piazza di S. Eustachio, 54, 00186 Roma RM, 이탈리아

★★★★☆ · 음식점

www.google.com

 

낮술 최고...

나폴리에 가는 일정을 포기한 대신 점심으로는 나폴리 피자를 먹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지하철로 숙소로 복귀하여 잠시 쉬며 재정비한 후 핀초 언덕에서 로마의 일몰을 보고 저녁을 먹고 들어오자는 멋진 계획이 있었다. 저녁에 와인을 바틀로 주문해서 마실 생각을 하니 너무 신이 났다. 이태리에서 와인을 실컷 마시자고 얼마나 다짐했던가!
 
 핀초 언덕은 보르게세 공원에 있는데, 보르게세 공원이 너무 커서 좀 놀랐다. 우리 나라는 골목 어귀에 나무 두어 그루 심어놓고 아이들 놀이기구나 운동 기구 몇 개만 갖다놔도 공원이라고 하는데... 보라매 공원의 몇 배는 될 것 같은 공원의 규모에 놀라고, 이런 공원에 인구 밀도가 높지 않은 것에 또 놀랐다. 주말 보라매 공원이나 한강 공원의 인구 밀집도를 생각해보면 한갓진 느낌이 가득한 보르게세 공원이 너무 신기하다.
공원이 꽤 커서 핀초 언덕까지 가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그리고, 가는 내내 의구심이 생겼다.
언덕이라고 할만큼 오르막을 올라가지 않는데, 과연 그곳에서 로마의 전경을 볼 수 있을까. 기우였다.
https://goo.gl/maps/9m6LH2Dwgu7zRAWdA
 

 

핀초 언덕 · Viale Gabriele D'Annunzio, 00187 Roma RM, 이탈리아

★★★★★ · 관광 명소

www.google.com

 
 

이렇게 멋진 광경이 펼쳐진다. 
본격적으로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한지라 사람도 아직은 많지 않았다.

마침 그곳에서는 버스킹을 하는 남자도 있었는데 내가 들어본 버스킹 공연 중 노래를 가장 잘했으며 선곡 스펙트럼이 넓었다. 사진도 찍고 노래도 들으며 1시간 정도 머물렀는데, 사진 찍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해가 질수록 도시의 색도 변해가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는데, 완전히 노을이 붉어질 무렵이 되니 사람들이 많이 올라오기도 했고 몸이 피곤해서 떠나기로 했다.

그리고 와인을 병으로 시켜먹겠다던 나의 원대한 계획은... 낮에 파스타를 과식한 동행인이 급체를 호소해서 나만 볶음밥과 매운 돼지고기 볶음을 포장해가는 것으로 급축소되었다. 

그런데 정말 예상치도 못하게도, 이미 이틀만에 한식이 좀 그립던 차여서 볶음밥과 매운 돼지고기 볶음도 꽤 맛있게 먹었다. 

중국 음식은 세계 어딜 가나 평타 이상은 치는 것 같다. 와인도, 팬시한 디너도 없었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숙소 근처의 평점 4.5 식당. 저렵하고 맛있다.


이렇게 숙소에 돌아가니 3만보를 달성했다. 

기념할만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