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로마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참피노 공항에서 4시 반에 몰타로 들어가는 비행기를 타야 했기 때문에 적어도 2시에는 공항으로 출발해야 했다.
로마에서의 짧은 일정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다이닝이라고 할 만한 경험이 없는 것이다. 하루는 둘 모두의 피곤으로, 다른 하루는 동행인의 급체로, 또 다른 하루는 나의 체력 고갈로 저녁을 모두 날려먹었다.
마지막 날 점심이라도 그럴싸한 것을 먹어야 했다.
메뉴를 결정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뭐든 까르보나라가 맛있는 곳.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동행인이 자신이 만든 요리 중 가장 특별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까르보나라다.
동행인은 로마에 오기 전에 아무런 기대나 하고 싶은 것이 없었는데 딱 하나 본토의 까르보나라를 먹어보고 싶어했다. 자신의 것과 비교해보고 싶다며... (이미 본토의 것과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있다)
그러니 마지막 오찬은 당연히 까르보나라가 되어야 했다.
식당의 서치는 동행인이 하였다. 그러던 중 발견한 곳.
https://goo.gl/maps/Ack8B8vAWoSGiC318
라 까르보나라. 영어로는 더 까르보나라. 이 자신감 넘치는 이름은 뭐냐며.
100년 전통의 원조 맛집이라는데... 증빙 자료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전국의 무수한 닭칼국수 집이 간판에 원조라고 써놓은 것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어쨌든 리뷰 수도 많고 점수도 높은 편. 한국인보단 일본인 픽인듯 했다. 후기를 읽어보니 직원들이 간단한 일본어를 구사할 줄 안다고 했고 구글 리뷰에서도 일본어를 찾아볼 수 있었다.
여행지의 맛집이란 이런 게 재미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특정 국가의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식당이 있다(한국 여행자들 사이에서 로마 3대로 불리던 어느 젤라또집은 한국 기업이 인수했다는 소문도 있다).
한국의 관광지에서도 똑같은 메뉴를 팔고 있으며, 지근 거리에 위치한 두 식당이 하나는 일본인으로, 하나는 중국인으로 가득 차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현지인인 내 입장에서는 두 식당 모두 큰 차이가 없으며, 심지어는 더 괜찮은 다른 식당도 있다.
가짜 원조일수도 있고 일본인 한정 맛집일 수도 있지만 일단은 저 자신감 쩌는 이름에 운을 걸어보기로 한다.
오전 시간은 로마에서 마지막으로 카페를 가는 데 사용하고 체크아웃(11시)한 후에 짐을 호텔에 맡기고 길을 나섰다. 참고로 베스트웨스턴 로얄산티나 호텔에서는 체크아웃 후에도 무료 짐보관 서비스를 제공한다.
식당은 콜로세움 근처에 있었다. 이틀 전에는 콜로세움을 거쳐 판테온으로 가느라 근방 골목을 돌아볼 기회가 없었는데, 은근히 식당이 많은 곳이다.
식당 근처에 도착했더니 아직 영업 전이었다. 12시에 영업을 시작한다고 구글맵에 나와 있었다.
그래서 근처를 좀 더 돌아보기로 했다. 날씨도 좋고 골목도 고풍스러워서 사진이 잘 나올만한 곳도 많았다. 그렇지만 둘다 빠르게 지쳤다.
그렇게 땀을 삘삘 흘리며 12시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간 식당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알고보니 일요일 휴무다.
식당을 찾은 동행인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지만, 덥고 배고팠던 지라 정색을 참기 힘들었다.
영업일을 확인했어야지!!
자, 외우자.
구글맵에서 식당을 검색할 때는 현재 영업 중(Open Now)이라는 옵션을 반드시 켜고 사용하자.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닫힌 문 사진을 찍을 생각도 들지 않았다.
게다가 2시엔 공항으로 출발해야 한다는 시간적 압박때문에 마음도 급했다.
근처에서 평점이 높은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https://goo.gl/maps/EBBGbuezq44D54P66
난 제대로 이름도 읽을 수 없는 식당이지만, 대충 보니 로마 현지식 요릿집 이라는 말 같다.
12시는 아직 점심으로는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많지 않았다. 분위기는 허름하달까 소박하달까...
페로니와 이탈리아의 스파클링 와인인 프로세코를 음료로 주문했다. 이탈리아 스파클링은 스푸만테라고 알고 있었는데, 스푸만테는 탄산의 정도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애피타이저로 프로슈토와 메론을 주문하고 (당연히) 까르보나라와 리뷰에서 추천하던 메뉴 중 하나를 선택했다. 그게 뭔지도 모르고....
프로슈토와 메론은 평범했다. 메론은 한국 메론보다 조금 덜 달고 과육이 단단한데, 나는 그게 좋았다.
프로슈토는 가격과 양 말고는 한국에서도 먹던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드디어 영접하는 본토의 까르보나라.
뭐랄까...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가 그냥 백반이랑 똑같다더니... 소박한 맛이었다. 미국식 까르보나라처럼 엄청 꾸덕하거나 리치하지도 않고, 의외로 담백한 맛. 그리고 이 집도 전날 갔던 피자레처럼 면의 익힘 정도가 내 취향에 잘 맞았고, 전체적으로 유난스럽지 않은 맛이라 좋다.
그리고 다음이 문제의 메뉴인데, 메뉴 이름은 TRIPPA ALLA ROMANA. 메뉴에 영어로 설명도 있다. Tripe with tomato sauce.
tripe가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대충 고기겠거니 하고 시켰다.
모르는 단어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교훈...
소의 양을 토마토 소스에 끓인 것이다.
이런게 한국에선 못 먹는 현지의 맛이자....
다행히 나는 소 내장도 잘 먹는 타입이었지만, 소 내장 특유의 냄새는 나기 때문에, 로마에서 식사를 할 때는 메뉴 이름에 주의하는 게 좋다.
한국인만 소 내장 먹는 게 아니었다.
이렇게 먹고 마신 총 금액은 40유로.
2인 식대로 5만원 상당의 비용이 절대적으로 저렴한 건 아니지만, 메뉴 3개에 술 2개를 시킨 것을 생각하면 싼 편이다.
내가 로마에서 비싼 식당에 가지 않은 것도 이유일테지만, 로마는 관광지도 전반적으로 음식값이 비싸지 않다.
로마에서도 그렇게 느꼈는데 몰타에 와보니 더욱 로마가 혜자롭다.
서빙이 꽤 느렸던 덕분에 식사를 마치고 부랴부랴 호텔로 가서 짐을 찾고 테르미니역으로 향했다.
동행인은 참피노 공항까지 가는 또 다른 레오나르도 익스프레스가 있다고 했지만, 내가 알기로는 없다.
하지만 모든 걸 일임하기로 했기 때문에 굳이 확인하지 않고 지켜보았다.
티켓 오피스인지 표 자판기인지 앞에서 한참 씨름하던 동행인이 돌아왔다. 역시, 익스프레스 열차는 없다.
대신 일반 열차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으며 가격도 아주 싸다, 2유로인가 그렇다.
그리고 내가 알아볼 필요가 없이 누군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면 되는게 가장 좋은 부분이다 :)
예전엔 테르미니 역에서 플랫폼 찾기가 어려웠던 것 같은데 지금은 전광판에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열차를 탔ㄷㅏ.
Cinecitta역에서 내려서 공항 셔틀을 타면 된다.
지하철에서 내리면 공항 버스를 타는 길이 표시가 되어 있다.
그 표지판을 보지 않더라도 사람들을 따라가면 된다.
우리가 탈 비행기는 라이언에어 몰타행 비행기.
라이언에어도 유럽의 저가항공답게 수하물로 승객들 등쳐먹기로 유명하다.
전날 캐리어 저울로 무게도 기가 막히게 맞춰놨던지라 자신있었다.
큰 문제 없이 체크인을 하고 시큐리티를 통과하자 고터 경부선 같은 출국 게이트 대기실이 나타났다.
이젠 몰타로 날아간다~
'여행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럽 여행 #4] 로마 Day 3 바티칸 패스트트랙 반일 투어 - 아, 젤로형... ㅠㅠ (1) | 2023.06.30 |
---|---|
[유럽 여행 #3] Day 2 삼만보 로마 - 콜로세움 포토 스팟/로마 일몰 명소 (1) | 2023.06.27 |
[유럽 여행 #2] 이태리 커피 과연 맛있는가 (5) | 2023.06.26 |
[유럽 여행 #1] 로마 Day 1 - 테르미니역 베스트웨스턴 로얄산티나 (2) | 2023.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