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일정은 아래와 같다.
6월 15일 출국하여 로마 in 이틀간 로마 관광 후에 몰타 입성.
4주의 어학원 수료 후에는 동행인과 5일 여행.
동행인은 먼저 귀국한 후에 난 남아서 친구와 일주일 더 여행한 후에 7월 27일(한국 도착 28일) 귀국.
8월 1일부터 업무 복귀.
영업일 기준 총 33일의 휴가가 필요했다.
개쩌는 회사 복지로 연차가 강같이 넘쳐흘렀던 것은 아니었다.
12일의 개인 연차를 사용하고 나머지 21일(7월 전체) 무급 휴직이라는 과감한 결단.
동행인은 한달의 근속 휴가가 부여되어 5일만 개인 연차를 사용했다. 고인물 파워 대단....
그런데 그냥 내가 한달 월급 안 받을테니 한달 쉬겠소 라고 해서 회사에서 좋았어! 진행시켜! 라고 허가해주는 건 아니다.
특히 우리 회사 같은 소규모 기업은 한 명이 비면 빈 자리를 메꾸기가 더 힘들다.
다만 내 경우는 오랜 근무 기간 중 한 번도 출산 휴가나 육아 휴직이 없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참작의 여지가 있었다.
원래는 사장님에게 그동안의 누적 피로와 그로 인한 생산성 저하에 대해 찬찬히 토로하고 한 번도 휴직 없이 근무해왔으니 모쪼록 한달의 휴가를 허하여주십시오 라고 정중한 요청을 넣어보려고 했는데...
코로나 기간 중에 안 그래도 후달리는 대화 스킬이 더 떨어진 것인지 오랜만에 만난 자리에서 상기의 모든 절차가 머릿속에서 뭉뚱그려지고 그냥 저 한달 쉬고 싶어요 라고 말이 훅 하고 나와버렸다.
그런데도 사장님이 곤란한 기색 없이 그러라고 하신 데에는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한 번도 장기 휴가나 휴직을 가진 적이 없는 내 사정을 이해해주셨기 때문일 것이다. 고맙게도 내가 없는 동안 더욱 바빠질 동료들도 혼쾌히 양해를 해주었다.
남에게 권해줄 만한 방식은 아니지만 어쨋든 처음에는 4주의 휴가 승인을 받아냈다.
그리고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기왕 나간 김에 여행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2주의 일정을 자체적으로 추가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있다.
원래는 먼저 사장님에게 이야기를 하고, 2주 일정을 픽스했어야 했는데 나는 항공권까지 다 예약하고서 사장님에게 2주의 추가 휴직을 통보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황당한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여기에 이러쿵 저러쿵 쓸 수는 없지만) 얼마든지 기꺼이 승인해줄 것이라는 나름의 근거와 확신이 있었다.
2주 추가 통보는 카톡으로 이뤄졌다.
사장님이 세계 여행이라도 갈 거냐며 황당함을 아주 완곡하게 표현하셨는데 그때서야 아차 싶었다.
조금만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내가 하는 짓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었는데... 그땐 왜 그렇게 생각을 못했는지 모르겠다. 사람이 가끔씩 정말 이상한 짓을 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인터넷에 떠도는 MZ 괴담이랑 다를 게 뭐냐며... T_T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도 MZ다!
Z들은 M과 하나로 묶이는 것을 극혐한다고는 하지만, 사전적 정의에 따라 끄트머리에 간당 간당 매달린 MZ! 하 역시 MZ...
거의 같은 나이대의 여자 직원들로만 구성된 우리 회사를 운영하면서 사장님은 초반에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예전에 집에 가서 부인에게 "요즘 30대 여성들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냐"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고 하셨는데
이번에도 요즘 40대 여성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어보셨을까 T_T
어쨌든 항공권까지 예약했다는 MZ 직원에게 사장님은 2주의 추가 휴가를 승인해주었다.
제목으로 사기쳐서 미안하지만, 이번에도 나의 경험담은 반면교사의 역할만 할 수 있다.
절대 이렇게 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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