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살기 준비

[몰타 한달살기 #12] 짐싸기

제이로거듭난피 2023. 6. 21.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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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자서전 쓰듯이 블로그를 쓸 순 없으니, 유용한 정보성 글을 올릴 차례가 되었다. 
여름철 몰타 한달살기에 필요한 물품은 무엇일까! 궁금할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몰타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로마에서 몰타로 들어올 때 유럽 저가항공을 이용해야 했고, 또 4주 후에도 2주 여행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몰타에서 나올 때는 짐이 최소화되었어야 했다. 
그래서 한국에서 몰타로 갈 때는 기내용 캐리어 2개에 위탁 수하물 가방 1개를 들고 가지만, 몰타에서 나올 때는 기내용 가방만 들고 나오기로 결정했다.
큰 가방에는 소모품이나 버리고 올 물건 위주로 담고, 작은 가방에는 옷이나 귀중품을 담았다.
현금이나 귀중품은 절대 위탁수하물로 보내서는 안 된다. 외항사에서는 짐 분실 사고도 잦고, 짐 통과하는 과정에서 도난도 많이 발생한다.
 
아래는 카테고리별로 내가 챙긴 짐들을 나열했고, 그 중에서 필요하거나 잘 챙겨왔다고 생각되는 품목에 굵은 글씨를 적용했다. 생각보다 활용도가 떨어지는 품목은 연한 회색으로 하이라이트 처리했다.

 

0. 여행 필수품

돈, 신용카드, 여권, 호텔바우처, 해외 유심

와 이걸 까먹고 안 쓰고 뒤늦게 추가로 쓴다. 

현금은 500유로, 신용 카드는 아멕스 신용카드와 토스뱅크 체크 카드만 챙겨갔다. 트래블 월렛이나 하나 비바카드(?)를 필수품으로 많이들 거론하는데, 여행지에서 천만원 넘게 쓸 게 아니면 수수료 차이 같은 게 클 것 같지 않아서 추가로 카드는 만들지 않았다. 

토스 체크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면 수수료 3달러가 면제된다(일부 ATM 제외). 

핸드폰은 한국 번호를 정지하고 유심을 챙겨갔다. 
 
1. 의류
나: 티셔츠 6벌, 얇은 긴 남방 2벌, 핫팬츠 2벌, 흰색 반바지 1벌, 긴치마 2벌, 여름용 긴바지 1벌, 나시 3벌, 긴 원피스 1벌, 운동용 반바지와 티셔츠 각 1벌, 바로 전 포스팅에서 그렇게 하소연한 것이 무색하게도 수영복 무려 3벌(나름의 사연은 있다), 비치 가운 1벌, 에코백 1, 크로스백 1, 샌들 2켤레, 운동화 1켤레, 슬리퍼 1, 실내용 슬리퍼 1, 속옷 넉넉히(버릴 것 포함)
동행인: 티셔츠 8벌, 긴바지 3벌, 운동용 반바지 2벌, 래시가드 1벌, 속옷, 양말 넉넉히, 백팩, 운동화 1켤레, 샌들 2켤레, 실내용 슬리퍼 1


옷이야 각자의 필요에 따라 챙겨오는 거겠지만, 실내용 슬리퍼는 꼭 챙기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와서 사도 되지만 부피가 크지도 않으니 그냥 한국에서 사오는 것을 추천. 
화려한 휴가지 룩은 여기서 사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쇼핑할 곳이 없다. 자라 정도...
휴양지에서 입을 원피스 같은 것도 하나 정도는 사오면 좋다. 많이들 입고 돌아다녀서 보다 보면 뽐뿌온다.
신발은 미끄럼방지창이 있으면 좋다. 돌길이나 돌계단들이 생각보다 잘 미끄러진다.
사전에 알았다면 샌들에 미끄럼방지창을 달았을 것 같다.
특히 솔트워터 신는 여성들은 필히 미끄럼방지창을 달거나 다른 신발 가져오길 권한다.
도가니 나갈뻔한 위기를 몇번 겪고 상당히 조신하게 걷고 있다.


 
 
2. 화장품 및 욕실 용품
한달 체류라서 샴푸와 트리트먼트, 바디워시까지 다 챙겨왔다. 이건 개인 선택에 따라 다르지만, 내 경우는 욕실 제품을 포함해도 가방 무게를 초과하지 않아서 2명이서 40일 정도 사용할 용량을 계산해서 챙겨왔다(400ml 리필팩). 기초 제품이나 색조도 몰타 시내에서 파는 브랜드들을 잘 모르는 브랜드가 많다고 해서 한국에서 가져오기로 했다. 클렌징 오일도 여긴 잘 없다고 해서 챙기려다가 액체류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클렌징 밤을 면세점에서 구입했다(다시 찾아보니 확실하지 않다;;). 파운데이션은 다이소 물약병에 짜왔는데 꽤 꿀템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토너패드와 샘플로 받은 수분크림, 마스크팩을 20장 정도 챙겼다. 
자외선 차단제를 계속 덧바르는 게 좋다고 해서 SPF 50 크림 종류 선크림 50 ml 3개, 선스틱 2개를 챙겼다. 이 정도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부족하다. 바다에 가지 않을 거라면 모르지만, 해변에서 수영복을 입을 계획이 있다며 무조건 더 챙기거나, 바디용 선크림으로 서퍼들이 쓴다는 강력한 선크림을 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SPF가 암만 높다고 해도 한국의 순하고 부드러운 자차는 어딘지 불안하다. 


개인적으로는 자외선 차단이 되는 헤어 에센스나 오일을 챙겨왔어도 좋았을 것 같다.
아침에 나갈 땐 괜찮은데 저녁에 머리를 감아보면 머리가 그렇게 푸석할 수가 없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강한 자외선이 모발에도 손상을 주는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하고 있다.
썬쿠션도 필요하다고 느낀다. 얼굴에 덧바르기에는 크림보다는 쿠션이 좋다.
화장은 쎄보이고 싶어서 진하게 하려고 이것 저것 챙겨왔는데, 일단 화장 진한 사람이 많지 않고
진하게 해봤자 양인들 이목구비 앞에서 내 화장따윈 다 날아가버리니까 매일 열심히 쓰고는 있지만 효용성에 대해서는 다소 의문이 있다.



 
3. 약
기본적인 상비약, 청심환 2병모기 기피제, 모기 패치, 식이섬유 30일분, 수면제 7일분, 홍삼 스틱 5-6개, 마데카솔, 반창고, 여드름 니들 패치


시차 적응이나 장거리 비행 용도로 수면제를 챙기는 게 좋다.
동네 병원에 가면 시차 적응용으로 필요하다고 하면 쉽게 일주일분을 처방 받을 수 있다.
다만, 입면을 도와줄 뿐 오래 잠들게 하는 효과는 없다.

잘 챙겨왔다고 생각하는 건 여드름 패치. 물이 바뀌면 피부 트러블이 생기는 사람이 많은데, 나도 뾰루지가 두어 개 났다.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이나 효과가 좋다고 소문난 제품으로 사오면 꽤 유용하다. 
의외로 모기 관련 용품은 아직 쓸 일이 없다. 생각보다 모기가 없고 날벌레도 없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지금 묵고 있는 발레타는 그렇다.
동행인은 상시 복용해야 하는 약물이 있는데, 경우에 따라 영문 진단서나 처방전이 필요하다고 해서 2만원인가 주고 병원에서 받아왔지만, 요구 받은 일이 없었다.
환경 바뀌면 화장실 못 가거나 너무 자주 가는 사람을 위해 대장사랑을 강력 추천.

동행인과 나의 대장은 서로 정반대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데, 우리 둘 다에게 필수품이다.

화장실을 못 간다면 대장사랑과 함께 물을 왕창 마시고, 너무 자주 간다면 물을 적게 마신다.

여튼 나는 이거 없으면 이제 살 수가 없다.


4. 생활용품
샤워기 헤드 및 필터, 지퍼백 작은 사이즈 1통(A4 절반 크기), 여행용 물티슈, 알콜스왑모기장, 전동 각질제거기, 얇은 여름 이불, 여분 수건 2장, 습식 타월 2개, 비치타올 1개,  앞머리 구루프, 책 한 권, 요가매트, 소형 폼롤러, 무릎보호대, 운동용 고무 밴드, 돗자리(좀 예쁜 걸로 챙겨오자), 여행용 콘센트, 스노클링 마스크, 충전기, 멀티탭


샤워기 필터는 꼭 챙겨야 한다. 안타깝게도 헤드 교체가 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일단은 챙겨와라.
한달 체류라면 필터는 최소한 2개가 좋다. 나도 그냥 남들이 챙기니까 가져왔는데, 여기서 필터 더러워지는 속도를 눈으로 보고 나니 간담이 서늘해졌다.
지퍼백은 큰 사이즈로도 챙겨올걸 그랬다고 생각하고 있다. 에어비앤비에 머물든, 기숙사에 머물든 남은 식재료를 보관할 용기나 백이 필요한데 어차피 소모품이니까 그냥 한국에서 사오면 좋은 것 같다.
밀봉 집게도 가져왔으면 유용했을 듯 하다. 먹다 남은 과자나 사용하고 남은 식자재를 밀봉집게로 닫아두면 간편하다. 
전동 각질제거기가 의외의 꿀템이다. 덥고 많이 걷고 맨날 샌들을 신으니까 발이 금방 건조하고 거칠거칠해진다. 
여름 이불과 수건은 숙소 물건을 사용하기 좀 꺼려져서 챙긴 건데 만족하고 있다. 어차피 버릴 것으로 챙겨왔고 베개는 특히 그냥 쓰기 거시기해서 수건을 위에 깔아놓고 사용한다. 캐리어에 여유 공간이 있다면 수건을 더 챙겨왔어도 좋을 것 같다. 
무릎보호대는 원래는 러닝 용도로 가져온 건데, 40대 이상의 여행자들에게는 강력 권장한다. 도가니는 소중하니까.... 잠스트 같은 제품도 좋지만 다이소에서라도 하나 사오길 권한다. 장시간 걷는 여행에서 아주 유용했다.
긴 멀티탭은 챙기려고 했는데 깜박 잊은 품목이다. 역시 몰타에 오니 필요했다. 없으면 없는대로 살긴 하는데 불편함은 있다.
모기장은 앞서 설명한 이유로 쓸모가 없다....
요가매트는 사실 아주 큰 효용은 없지만 기분내는 용도로 좋고, 특히 나처럼 어학원에서 아싸여서 시간이 많거나 집에서 많이 쉬고 싶은 사람이라면 챙겨와도 좋을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1분이라도 스트레칭을 하면 왠지 인스타 하고 싶어지는 기분이 든다.(#오운완 #이너피스 #모닝요가 #힐링 #미라클모닝)
폼롤러도 많이 걷는 여행에서는 종아리와 정강이가 뭉치기 쉬운데, 다리 풀 때 좋았다.

대신 본격적인 운동에 쓰려고 챙겨온 밴드는 꺼내보지 않아서 좀 뻘쭘...
돗자리는 해변에서 펼치고 보니 피자헛 20주년 기념 돗자리라서 약간 거시기 했다. 요새 예쁜 거 많다. 하나 사오자.


5. 식품
고춧가루 100g, 간장 150ml, 들기름 50ml, 원두커피


이 식품부분이 가장 아쉬운데, 나도 동행인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생각보다 금방 한식이 땡긴다. 나이 들어서 그런지 뭔지...
한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김치와 김을 챙기도록 하자.
여유 공간이 있다면 작은 용량의 쌈장과 고추장도 챙기면 좋다. 
밥은 여기서도 한국쌀과 어느 정도 비슷한 쌀을 살 수 있고(밥은 전자렌지로도 할 수 있다),
아시안 마트에 가면 라면도 한 봉에 2천원 정도면 살 수 있다.
그런데 김치는 좀 비싸기 때문에 김치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참 안타까웠다. 
김도 전장김은 부피나 무게도 얼마 안 되는데, 김만 있어도 한끼 뚝딱인데!! 김을 챙기자.
북유럽이나 호주식 라이트로스팅  원두를 좋아한다면 커피도 챙기는게 좋다. 로마나 몰타에서도 스페셜티 커피는 있지만 한국이 더 맛있다.


 
6. 전자기기
맥북, Insta 360


나는 개인적으로 일반 노트북이 좋지만 동행인이 업무상 맥북이 필요해서 맥북으로 챙겼다. 
노트북을 가져갈 거라면 마우스는 꼭 챙기자. 없어서 너무 불편하다 지금.
Insta 360은 유튜버들이나 쓰는 거라는데, 동행인의 가족이 여행 때 쓰라고 선물로 주었다.
들고 다니면 유튜버 된 기분 느낄 수 있다.


7. 챙길지 말지 고민한 품목
후라이팬: 연예인들이 유럽여행가는 티비쇼를 보다가 그들이 요리해먹는 후라이팬 상태를 보고 기함한 적이 있어서 한국에서 저렴한 팬을 하나 사가려고 했는데 오바 같아서 관두었다.
역시 에어비앤비에 있는 후라이팬 상태가 상당히 불량했다. 용기를 내서 호스트에게 새로 사달라고 요청하여 문제 해결.
근데 주말은 지나야 갖다줄수 있다고 함...

여행용 전기포트: 왠지 짐스럽게 느껴져서 안 챙겼는데 챙길걸 하고 후회했다.
유럽물은 석회질 때문에 포트  내부에 석회질이 낀 경우가 많은데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계 각지의 친구들에게 뿌릴 한국의 기념품: 라떼는 유럽여행만 가도 여행지에서 만날 세계의 친구들에게 한국을 알리기 위해 인사동에 가서 전통 부채니 하르방이나 하회탈 열쇠고리 같은 것들을 사가곤 했다.
내가 고민한 궁극적인 이유는 너무 옛스럽거나 촌스러운 행동이어서가 아니라 선물을 뿌릴 친구가 없을 것 같다는 것이었는데 역시 분별력있는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친구가 없다.



아직 몰타에서 지낸 지 시간이 길지 않아 꼭 필요한 아이템과 없어도 되는 것들이 차후 업데이트될 수 있다.
이렇게 챙겼더니 기내용 캐리어 10kg *2 / 위탁수하물 23kg 정도로 가차없는 유럽의 저가항공도 자신 있는 상태가 되었다.
위탁수하물용으로 챙긴 샘소나이트 가방은 수명이 다 해가고 있었는데, 이번에 로마의 돌길에서 너무 큰 시련을 겪고 사실상 사망했다.
어차피 버리려고 챙겨온 가방이지만, 몰타 떠날 때까지 잘 굴러가면 버릴 때 죄책감 들 것 같았는데 때맞춰서 수명을 다했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D-1. 짐싸기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