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과업(숙소, 항공권, 어학원)이 모두 완료되었으니 이제는 3대 측정을 할 차례가 왔다.
내가 처음에 예상한 비용은 4-500만원이었다.
나의 지난 과오와 착오들을 6개월이 지난 지금, 블로그를 쓰면서 깨닫게 되어, 스스로를 상당히 한심해하고 있다.
어쨌든 살펴보겠다.
https://4weeksinmalta.tistory.com/5
당시 내가 대충 계산한 내용을 간략하게 상기해보자.
"어학원: 4주 기준 80~130만원.
숙소: 200-300 정도
생활비: 2인 기준 150"
이 가정을 바탕으로 산출된 예상 비용이 4-500만원이었는데 수학적 오류가 하나, 미처 계산하지 못한 항목이 하나 있다.
숙소와 생활비는 2인 기준으로 계산해놓고 어학원은 1인 학비만 카운트한 것이다.
이 오류를 정정하면 예상비용은 대략 600만원 선으로 늘어난다.
미처 계산하지 못한 항목은? 항공권이다... (사실 예상 비용 산출하던 시기에는 항공권 예약 전이라서 마일리지 항공권 = 공짜라는 인식이 너무 강력하게 해마를 지배하고 있었다)
자 그렇다면 이제 진짜 비용에 대해 알아보자.
어학원: 2인 4주 200만원
(이것도 지금에서야 인당 100만원임을 깨닫게 되었다.
일단 유로로 대략 1500 유로였는데, 원화로 계산이 빠릿하게 잘 안 되는 부분도 있고,
어학원 등록할 때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이 160만원이어서 인당 80만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전에 인당 20만원을 예약 진행 항목으로 미리 냈었다...20만원을 갈취당한 건 아니고, 1500유로면 200만원이 넘는 게 맞다.)
숙소: 4주 300만원
항공권: 2인 통합 150만원
몰타 3대 "총 650"
출발도 하기 전에 650을 찍었으니 생활비가 내 예상대로 150만원 정도 든다면 대략 800만원이 순수한 한달살기+연수 비용이 될 것이다. 처음 예상했던 비용에서 약 2배 가까이 늘었다. 심지어 2주의 여행 비용은 계산하지도 않았다. (이 여행도 준비하면서 비용이 쭉쭉 늘어난다)
계산 미스로 인한 비용 증가를 제쳐두더라도, 지출이 예상보다 크다. 이유를 살펴본다.
1. 성수기 버프
성수기엔 모든 게 비싸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시기다 보니 아쉬운 게 없어서 받을 수 있는 혜택도 많지 않다.
2. 물가 상승
사실 올해가 포스트 코로나 원년인 셈이라 유럽의 관광업계가 그간의 손실을 메꿔보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는 와중에, 물가상승까지 겹쳐서 학비며 숙박비며 모든 게 다 올랐다.
내가 찾아본 몰타 한달살기 관련 자료들은 거의 20-21년도 자료여서, 실제로 준비해보니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20%는 비싸진 느낌이다. 필리핀도 이거 쓰다 찾아보니 올해 다 어학원 학비가 인상되었다.
3. 기왕의 함정
사실 이게 결정적인데...
여기까지 이르게 된 데는 만 키로 달린 신차급 아반떼 광고를 보고 중고차 시장에 간 호객이 벤츠를 계약하고 오는 것과 기저에 깔린 심리가 비슷하다.
다만 내 경우에는 양아치 딜러가 없고 열심히 자가발전을 돌린 호객만 있다.
기왕 가는 김에 휴양지 기분 만끽하게 한여름에...
기왕 가는 김에 넓고 큰 집에...
기왕 가는 김에 여행도...
기왕 가는 김에 비행기 좌석도 좀 편하게...
이런 식으로 찔끔 찔끔 하는 비용이 결국은 뭉치면 백만원 이백만원 되는 거다.
한푼 두푼 모아 100만원 만들기는 어렵지만 찔끔 찔끔 100만원 쓰기는 너무 쉬운 것.
엔데믹 이전에 비수기에 몰타 한달 살기를 하면서 어학원은 다니지 않은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혹해서 결정했는데, 결과는 이렇게 달라졌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선택을 크게 후회하지는 않는다.
동남아보다는 유럽이 더 마음에 들고, 지중해 섬나라에 가면서 여름을 즐기지 않는 것도 아까울 뿐더러, (어학원이 스트레스 요인이긴 하지만) 어학원에라도 다니지 않으면 생활이 너무 단조로울 거 같으며, 동행인은 어학연수에 대한 갈망과 환상을 계속 가졌을 것이다.
그렇다고 다시 생각해봐도 어학원+기숙사 패키지를 등록할 것 같지도 않다.
2주 유럽 여행 일정을 추가한 것도 후달리기는 하지만, 친구와 둘이서 유럽여행을 가는 것도 귀한 경험이다.
후회하는 것은 에어비앤비에서 굿딜을 놓친 것 하나뿐.
나의 경험담은 몰타 한달살기나 연수를 할 때 최적의 가성비를 찾는 이들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갓성비 몰타 어디 갔냐며....
그렇지만 좋은 반면교사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방식으로든 유용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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