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사는중

[몰타 한달살기 #15] 대망의 첫 등원 (이지스쿨 레벨테스트와 레벨 체계)

제이로거듭난피 2023. 7. 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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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어학원 첫날이 왔다. 이 날도 새벽에 한 번 깼다가 다시 잠들어 6시에 기상했다.
첫날에는 8시 반까지 오라고 해서 8시 경에 챙겨온 우황청심환을 먹고 출발했다. 그래도 미친듯이 떨렸다T_T
 

한국에서 가져오길 잘했다
관광객도 없고 조용하고 산뜻한 아침 발레타 거리

 

저녁이면 이 야외 테이블들이 관광객으로 가득 찬다

 

다소 소박한 이지스쿨 현관


학원 앞에서 한 번 더 숨을 고르고, 리셉션에 가서 헬로우 위아뉴 투데이라고 하니까 이름 물어보고 서약서? 확인서? 같은 거 쓰라고 주고선 4층으로 가라고 했다.
 
오리엔테이션 룸에는 몇 명 없었는데 나와 동행인이 한 3-4번째로 도착했던 것 같다.
과연 이곳이 30대 이상 직장인이 많다는 말이 사실인가, 젊은이들만 들어오면 어쩌나 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입구를 지켜봤는데, 이윽고 초로의 백발 유럽인들이 줄줄줄 들어왔다. 아... 이 정도의 연령대를 원한 건 아닌데... 
나와 함께 첫 주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총 15명 정도로 보였고, 대부분이 유럽인에 남미 계열 조금. 연령대는 20대 학생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나보다 많아보였다. 다행인가.
 
어학원 직원이 학원 생활에 대해 전반적으로 안내하고 비상시 연락처 등을 알려주고 오리엔테이션이 끝났다.
각자의 반 배정결과는 문 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이지스쿨의 레벨테스트(Placement test)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내가 이걸 준비 과정에서 쓰려다가 말았는데, 그 이유는 첫 등원일에 추가 레벨테스트를 하는지 확인한 후에 쓰려고 했기 때문이다.
 
자, 이지스쿨의 레벨테스트는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테스트는 입학일 기준 약 두달 전에 링크로 전달 받았다. 학원 측에서도 이메일을 보내주었고, 유학원에서도 별도로 알려주었다.
테스트는 20분 제한 시간 내에 객관식 50문항을 푸는 것이다. 문항 수는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데, 20개보다는 많고 50개는 확실히 넘지 않았다.
토익 시험과 유사하다고 느꼈는데 난이도 자체는 토익보다 낮다.
중간 중간 트뤼키한 문항들도 있지만 맨투맨과 수능 영어를 거쳐 토익을 섭렵한 30대 이상 한국인에게는 전반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에 나오는 발음 기호와 관련된 문항은 좀 헷갈릴 수 있다.
그래서 의문이 좀 있었다. 객관식 시험만으로 레벨을 가르려면 이것보다는 좀 더 문항이 많아야 하지 않을까. 이게 과연 변별력이 있을까.
많은 어학원들이 온라인 레벨 테스트를 보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그런데 검색해 보니 추가로 간단한 스피킹 테스트를 진행하는 곳도 있었고, 문항이 훨씬 많은 곳도 있었다. 
너무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느껴서, 원래는 이전에 포스팅을 하려다가 입학 당일에 스피킹 테스트나 추가 테스트가 진행되는지 확인해본 후에 쓰려고 기다렸다. 
 
확인했다. 스피킹 테스트는 없다.
이런 체계도 없는 학원 같으니 라는 불만이 생기기도 했지만 3주가 지난 지금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규모가 작은 어학원이 가지는 현실적인 한계라는 생각도 든다. 
어차피 개설할 수 있는 클래스 자체가 많지 않으니까 레벨을 아주 세분화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내가 비교적 저렴한 비용의 어학원을 선택할 때 감수해야 하는 사항 중 하나라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레벨 변경은 언제든지 요청할 수 있다. 
변경 요청을 하면 수요일에 레벨 테스트를 다시 보고, 그 다음주 월요일부터 새로운 반이 배정된다. 
학원에서는 1주일 정도 수업을 들어보고 정 힘들면 레벨 변경 요청을 하라고 권장한다. 나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러나, 레벨 변경이 하루만에 이뤄지지는 않으므로 체류기간이 짧고 정말 너무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면 적어도 화요일 수업 끝난 이후에는 레벨 변경 요청을 해서 수요일에 테스트를 다시 보는 것이 좋다. 
레벨 구성은 아래와 같다. 지금은 성수기라 모든 클래스와 레벨이 운영 중인 것 같고(C2는 확실하지 않음), 비수기에는 어떨지 모르겠다. 아마 축소 운영되기도 할 것 같다.

아마 대부분의 몰타 어학원에서 적용되는 표준 레벨 쳬계인듯.

자, 그렇다면 나는 어느 반인가!
사실 레벨테스트를 보고나서는 겁이 더럭 났다. 나 다 맞은 거 같은데... 제일 높은 반 배정되면 어쩌지...T_T 난 말은 못하는디...
심지어는 부끄럽지만, 유학원 대표에게 연락해서 어느 레벨에 배정되었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하며 어드밴스드에 배정되면 어쩌죠 라는 설레발을 치기도 했다. 
검색해보니 몰타에서 연수하는 많은 학생들이 노는 데 많이 치중하고 있어서 영국, 캐나다, 미국 등 찐 영어 국가의 연수생보다는 영어가 좀 떨어진다는 말이 있어서 안심이 되다가도 그래도 난 너무 쭈굴한데... 괜찮을지 걱정이 번갈아 들었다.
 
설레발이 무색하게도.... 어퍼 인터미디엇 B2에 배정되었다.
그러자 이젠 아아니 내가 도대체 어디서 틀렸지!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ㅋ
사람 마음이 이렇게나 간사하다. 
그렇지만 어학원에 내 레벨테스트 결과와 반 배정 기준을 알려달라는 요청을 할 용기는 없어서 닥치고 조용히 내가 배정된 반으로 들어갔다. 
동행인은 인터미디엇.
 
우리반 선생님은 에드. 
하프 몰티즈, 하프 브리티시라고 하는데 몰티즈 억양은 전혀 없다. 젊은 줄은 알았지만 나중에 2002년 생이라고 해서 놀랐다. 월드컵 베이비... 니가 한국이 4등 했던 월드컵을 알긴 아니...
딱 봐도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다. 실제로 코미디 클럽에서 일한 경력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 반에는 콜롬비아 남자 2명와 여자 1명, 브라질 여자 1명, 프렌치 남녀 각 1명, 독일 여자 1명, 일본 남자 1명, 나를 포함해서 9명이었는데 일본인은 첫 주에 거의 출석하지 않았다. 
첫 날에 독일인과 콜롬비아인 사이에 앉았는데 그냥 그 자리가 고정석이 되었다. 
딱 봐도 중년의 일본인과 장년의 독일인을 빼고는 다들 나보다 어리다. 나이 이야기는 잘 하지 않아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20대 초반도 있고, 30대 초반도 있다. 
그리고 내가 40짤이라고 하니까 다들 깜놀함...(코쓱...)
 
다른 어학원은 교재를 주는지 모르겠는데, 교재비를 받는 어학원도 있지만 이지스쿨은 교재비가 별도로 없어서 교재를 무료로 제공하는 줄 알았더니 교재를 프린트해서 학생들한테 나눠주는 형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수업 방식은 선생님마다 다른 것 같긴 한데, 우리 반은 기본적으로 교재에서 설명하는 문법을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월요일이니까 웜업으로 지난 주말에 뭐했는지 짝지어서 이야기해보자고 했는데, 나는 독일 할주머니와 진땀을 뻘뻘 흘리면서 이야기했다.

그러고 나서 돌아가면서 반 전체에게 지난 주말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하 T_T 청심환 마렵네...

 

이야기를 시작해보니 다들 생각보다 플루언트했다. 
프랑스 남자 1과 콜롬비아 여자 1이 말을 많이 하고 적극적인 편이었는데 아주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지는 않지만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나와도 나처럼 한참 쉬거나 하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해서 이야기를 하는 편이었다. 수업 시간에도 적극적이어서 예문 읽을 사람? 이라고 선생님이 물어보면 둘이 맨날 제일 먼저 손든다.

나중에는 선생님이 니넨 맨날 읽으니까 다른 사람이 읽자고 함 ㅋㅋ 

 

내 차례가 되어 "나는 이번 주가 몰타 첫 주고 바로 어제 도착했다. 여기 오기 전에는 3일 로마 여행했고 어젠 오자마자 식당에서 밥 먹고 피곤해서 뻗었다" 라고 이야기했는데, 짝과 한 번 이야기했던 내용이라 여기까진 그래도 괜찮았는데...

로마 여행했다고 하니까 오우! 하우워즈로움? 이라고 물어보니까 당황함... 사실 나올 수 있는 질문이었는데 당황했다. 

그래서 좋았지만 엄청 많이 걸어야 했다 라고만 대답했는데 집에 가서 이불 차고 후회함...

하... 시차 때문에 피곤했지만 바티칸도 좋았고 오래된 건물들도 좋고 젤라또도 맛있고 등등... 내가 설명할 수는 있는 말들이었는데 ㅠㅠ

그리고 3주가 지난 지금도 집에 돌아오면 이불 찬다... T_T

 

수업은 1레슨 45분, 레슨 2개가 쉬는 시간 없이 1시간 반 동안 진행되고 중간에 쉬는 시간 30분이 있고, 또 이어서 1시간 반 수업이 진행된다.

친구 없는 쭈구리에게 제일 두려운 시간인 쉬는 시간이 왔다. 크윽 ㅠㅠ

수업이 끝나자마자 얼른 학원 밖으로 나가서 또 다른 쭈구리인 동행인을 찾았다.

수업 시간에 너무 진땀을 흘렸는지 목이 미친듯이 말라서 같이 물이라도 사러 가려고 했는데...동행인은 친구가 있다? 알고 보니 이지스쿨의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남학생이 반가워서 그랬는지 말을 건 것이다. 그 학생은 이번 주가 마지막이라고 했다.

그도 1달 연수를 온 것이고, 극 I 성향이지만 여기서 진짜 재미있게 놀다 간다고 했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술도 못 마신다는데 ㅋ 그냥 친구들이랑 어울려서 가라오케 가고 그러고 논다고. 여튼 그는 인생의 재미를 이곳에서 찾은 듯 보였다. 

 

겨우 물 한통을 사서 다시 교실로 들어갔다. 어떻게 수업이 진행되었는지도 모르게 오후 수업이 끝났을 때 아주 녹초가 되었다. 

긴장도 너무 하고 리쓰닝 하는 데도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다.

끝나고 나서는 학원의 한국인 직원 유진씨와의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몰티즈와 결혼해서 이곳에 정착했다는 유진씨는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다. 

일본인 직원도 있어서 일본인들도 별도 오리엔테이션을 하는 듯 보였다.

 

학원의 국적 비율은 체감상 유럽이 많고, 그 다음이 남미와 일본이다. 한국인은 정말 많지 않다(현재 5명 있다). 사실 몰타 전체를 다녀봐도 한국인이 많지는 않고 일본인이 훨씬 많다. 

어쨌든 이지스쿨에 굳이 한국인 직원이 필요할 정도로 수가 많은 것은 아닌 걸로 보였지만 어학원 이용자 입장에서는 한국어로 소통할 수 있는 직원이 있다는 건 단연 장점이다. 

 

그런 다음, 유학원에서 진행하는 시티투어를 위해 버스를 타고 슬리에마로 이동했다. 13, 14번 등등을 타고 가면 된다고 했는데, 13A 버스를 타는 통에 중간에 내려서 버스 갈아타야 했다(처음 가는 데서 버스를 탈 때는 기사에게 물어보자).

유학원 사람과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걸어 다니면서 간략하게 쇼핑가와 마트, 아시안 마트 등을 직접 들러서 구경도 하고 생활과 관련된 여러 가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질문을 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아시안 마트는 중국인이 운영하고 있지만 한국 식자재를 구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아 보였다. 가격이 한국보다는 비쌀뿐.... 그렇지만 신라면과 짜파게티를 발견했을 땐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마치고 나서 생각해보니 굳이 마트를 다 직접 걸어가서 구경할 필요까진 없었을 것 같았지만 되도록 많은 것을 알려주려고 하는 것이 느껴져서 고맙다고 생각했다. 다만 더운 여름에 많이 걸어다니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진 않으니 마트 정보는 그냥 카톡으로 정리해서 알려줘도 좋을 것 같다. 

시티투어 후에는 다니면 좋은 포인트들도 카톡으로 알려주었다.

 

유학원 사람과 헤어진 후에는 리들로 향했다. 대형 마트가 있는 동네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순 없었다. 

얘기 듣던 대로 한국보다 장보기 물가는 저렴했다.

고기와 다음날 먹을 빵, 과자, 프로슈토, 납복을 구입했다.

돌아올 때는 버스가 아니라 페리를 이용했다. 버스보다 훨씬 쾌적하고 숙소와의 접근성도 좋다. 

 

내가 언제 이렇게나 한식을 먹고 싶어 했었나 싶지만, 저녁은 당연히 신라면. 심지어는 평소에 끓인 라면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너무 반가웠다. 다만, 김치만 좀 그리웠다.

지치고 기빨리고 자괴감 드는 어학원 첫날이 지나갔다.

슬리에마에 위치한 바다 수영장. 돌을 깍아서 수영장 처럼 만들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