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의 평일이 다소 암울했지만, 주말은 꽤 알차게 보낸 느낌이라 뿌듯하다.
큰 돈 들여 왔으니 열심히 놀아야겠다는 강박 같은 것이 있던 시기.
6월 23-25일에 발레타에서 와인 페스티벌이 열렸다.
장소는 플로리아나의 보태닉 가든.
https://goo.gl/maps/1Hez2eK96CQdDxWX9
여름의 몰타에서는 어디서든 매주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린다. 축제나 소소한 행사 정보는 유학원 카페에도 업데이트되고, 아래 두 웹사이트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https://www.visitmalta.com/en/
플로리아나의 보태닉 가든은 이걸 보태닉 가든이라고 해야 할지 그냥 가든이라고 해야 할지 다소 모호하지만 시티게이트에서 보태닉 가든으로 가는 길도 예쁘고 가든 자체도 깔끔하게 잘 꾸며진 편이라 발레타에 거주 중이라면 산책 삼아 갈만하다.
공원 내부에 여러 와인 판매 부스와 무대가 있어서 와인을 마시면서 공연도 즐길 수 있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고, 공원 입구에서 파는 와인잔(3유로)을 사서 들고 다니면서 부스에서 파는 와인들을 글라스 또는 보틀로 사마실 수 있다.
잔당 와인 가격은 최저 4유로~15유로 정도 였는데 대부분 5-7유로 선이었다.
사실 와인 축제라길래 ㅋ 입장료 내고 시음 무료로 하는 그런 행사인줄 알고 주최측을 아주 혼내줘야지 라는 마음으로 갔었는데 다소 김이 빠졌다.
잔당 7천~1만원이면 나쁜 가격은 아닌데, 한껏 부푼 간이 쪼그라드는 기분...
그래도 다양한 와인을 마실 수 있으니 좋은 게 좋은 거지.
결제는 부스에서 카드로 하거나, 충전식 종이 카드인가 토큰을 구매해서 할 수 있다. 현금은 불가능.
충전 카드는 별도의 판매 데스크가 있고 첫 구매 시에는 10유로가 충전된 카드를 사야 한다.
와인 1잔만 마실 거라면 그냥 부스에서 직접 카드 결제를 하면 되고, 좀 여러 잔 마실 거라면 충전식 카드를 사도 된다.
우리 일행은 토스뱅크 카드만 있었던 터라 ㅠ 소액 결제를 여러 번 할 수 없어서 충전식 카드를 사야 했다.
트래블월렛 꼭 만들어서 가십쇼...
좀 이른 시간인 6시에 갔더니 테이블도 공석이 많고 부스도 별로 붐비지 않았다. 한갓져서 좋지만 기분이 좀 덜 나는 것도 사실.
원래는 식사도 해결하려고 했는데 푸드 부스는 많지 않고 딱히 땡기는 게 없어서 구글맵에서 플로리아나의 식당을 검색했다.
구글 평점 4.7점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https://goo.gl/maps/373WtWDNoSZqy2H56
가보니 야외 테이블도 넉넉하고, 괜찮아 보였다.
참고로 메뉴판은 QR 코드를 찍으면 볼 수 있다. 유럽의 많은 식당에서 QR 코드 메뉴판을 사용한다.
메뉴판을 정독한 후에 나폴리 피자와 참치 탈리아타(Tuna Tagliata)에 몰타 로컬 맥주인 시스크(Cisk)를 주문했다.
나폴리 피자와 마르게리타 피자가 모두 메뉴에 있었는데, 차이는 나폴리 피자에만 앤초비가 들어간다.
동행인은 항상 앤초비나 고등어와 같이 비린 맛이야 말로 수산물의 참맛이라고 여기는 터라 나폴리 피자를 선택했는데... 이 결정은 동행인에게 큰 반환점이 된다.
정말 엄청나게 짰던 것이다. 나는 1조각만 먹고 나머지를 어찌저찌 동행인이 다 먹긴 했는데, 너무 충격을 받았는지 그 후로 몰타에서 지내는 내내 다시는 앤초비를 먹지 않았다.
탈리아타는 쉽게 말해 이탈리아식 타다키인데... 보통은 소고기로 만들지만 몰타 특산물이 참치라서 그런지 참치 탈리아타가 메뉴가 있었다.
그런데 이자카야에서 먹는 참치 타다키를 기대했지만, 그냥 참치 스테이크가 나왔다.
물론 맛은 있었다. 소고기 같은 맛이 났는데, 현지 버프인지 한국에서 먹는 참치 스테이크보다는 훨씬 맛있고 부드럽다.
이 식당의 특이점으로는 염소와 닭 등을 키우는 축사가 있다는 것인데... 염소 치즈에서 나는 냄새가 그냥 염소 냄새임을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조금 아쉬웠던 터라 결국 축제 마지막날인 일요일 밤에 또 갔다. 지난 번에 구입한 와인잔을 야무지게 챙겨서...
동행인은 귀국 시 기념품으로 저 와인잔을 한국에 가져오고 싶어 했지만, 수하물 가방 1개를 버려서 짐을 최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아쉽게도 숙소에 기증하고 왔다. 다음 번 게스트가 유용하게 사용하길...
공연 가수들은 로컬 아마추어 밴드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개중에는 여자 보컬이 김연자 같은 목소리로 스팅 노래를 불렀던 것이 인상에 남는다. 연자 언니가 왔으면 무대 완전 휘어잡았을건데 ㅋㅋㅋ
마지막 날에는 마스터 클래스라고 해서 와인 전문가가 와인 설명도 하고 시음도 하는 행사가 있었는데, 인원 제한으로 인해 해당 구역 안으로 들어가진 못하고 밖에서 듣기만 했다. 바로 저런 걸 원했는데!!
마스터 아저씨가 호로롤롤 하면서 와인 맛 보는 방법을 알려주고 사람들이 따라하는 장면이 단연 백미...
몰타 한달 살기 후에는 파리 여행이 예정되어 있던 터라 몰타에서는 가급적 이태리 와인을 먹으려고 결심했었다.
그런데 한 부스에서 볼랭져(Bollinger, Special Cuvee Brut)를 60유로에 팔고 있었다. 파리에서 사면 더 싸다고는 들었지만 한국보다는 싼 가격이라 한참 고민하다가 먹고 싶어서 결국 구매했다. 너무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해서 지금도 기특하다.
저녁 밤 공기도 선선하고 와인도 마셨고 샴페인도 한 병 사서 기분 좋게 귀가했다.
토요일에는 좀 더 본격적으로 해변 경험을 해보자며 골든베이로 향했다.
https://goo.gl/maps/kTLveKZW1iTcK91T7
골든베이는 발레타와는 거리가 상당히 먼 곳에 위치해 있으며, 버스로 1시간 정도 걸렸다.
도착한 골든베이는 상당히 인구밀도가 높았다. 그래도 바다도 예쁘고 모래도 고와서 좋은 해변으로 생각된다.
여전히 짐을 놓고 둘 다 바다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ㅠ 이번에도 노는 둥 마는 둥 했다.
우리 일행을 제외한 한국인을 3명 보았다. 말은 필요 없다. 정숙한 수영복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들도 유럽인들을 믿지 못한 것인지 번갈아 가면서 가방을 지키는 것으로 보였다.
좀 지내다보니 알게 된 것인데, 다들 가방 해변에 던져놓고 바다에서 논다. 남의 짐에 손대지 않는다. 믿음의 벨트가 여기에는 있다. 몰타의 해변을 방문하는 한국인 여러분, 너무 비싼 건 들고 다니지 마시되 가방은 걍 던져놓고 바다에 들어가서 노세여.
사실 내가 늦장피우다가 오후 늦게 당도했던 터라 유료로 대여해주는 파라솔과 선베드를 이용하지는 못했는데 다음에 한 번 더 좀 일찍 와서 선베드에 누워 책도 보고 물놀이도 하기로 다짐했다(실제로 가진 못했다).
그늘이 거의 없는 곳이라서 파라솔은 하나 있는 게 좋을 듯...
골든베이에서 물놀이를 못 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바로 뒤에 하이킹 코스가 있으니까.
골든베이에서 걸어가는 길은 경사가 완만한 편이고 코스도 길지 않다. 거의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길도 있는데, 그 길은 꽤 경사도 크고 나름 험하다.
그렇지만 서양인들은 여기서도 산악 자전거도 타고 달리기도 하고 개 데리고 산책도 한다.
이렇게 골든베이는 물놀이와 하이킹을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이라서 추천할 만한 해변이라고 생각한다.
일요일에는 조금 웃긴 일이 있었는데... 시작은 유학원 카페에서 본 벼룩시장 안내였다. 몰타 한인교회에서 주최하는 플리마켓.
멀티탭을 비롯해서 몇 가지 용품이 필요하기도 했고 한국 떠난지 일주일만에 김치를 그리워하고 있던 터라 한인교회니까 김치나 한국 식재료를 팔지는 않을까! 라는 희망사항으로 임시다에 위치한 몰타 한인교회를 찾았다.
대략 아래 기사 사진과 같이 뒷마당 같은 곳에서 이것 저것 팔면서 간단한 한국 음식도 퍄는 그런 풍경을 기대하고 갔는데...
막상 가보니 교회는 규모가 작고 예배실로 쓰는 곳에 테이블을 놓고 기증 받은 물품을 판매하고 있었는데ㅠㅠ 물건도 거의 없었다. 애초에 몰타에 거주하는 한국인 자체가 많지 않으니 교회도 작을 수밖에...
교회 신도분들과 목사님이 대화를 나누다가 우리 일행이 들어서는 걸 보고 당황하며 일어서셨는데 우리도 몹시 당황했다.
찾아온 이유를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물건이 예상보다 들어오지 않았다며 민망해 하시기도 했고, 우리가 벼룩시장을 찾은 첫 손님이라고 했다. ㅠ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없었지만 없다고 바로 뒤돌아서 나오기도 뭐해서 잠시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서로가 뻘쭘한 시간을 잠시 견뎠다.
그래도 이런 저런 관광에 필요한 정보를 좀 얻어서 ㅋ 후에 나름의 모험을 떠나는 건 차후의 포스팅으로....
벼룩시장은 헛걸음 쳤지만 덕분에 임시다 지역을 좀 구경했다.
이 곳은 학생 기숙사가 많은 곳이고, 실제로 현지인들도 많이 사는 곳이다.
리들이나 스파 같은 마트도 2개나 있어서 생활은 편리해 보였다.
일요일은 큰 수확 없이 소소하게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이날 교회에서 전해 들은 정보는 후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여정의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아주 중요한 하루였다.
이렇게 몰타에서 첫 주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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