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체류 3주가 지난 지금, 엊그제 온 듯 느껴지다가도 아주 까마득하다. (포스팅 시작은 3주차였지만 결국 마무리는 집에 와서 하고 있음;;)
원래는 매일을 일기처럼 기록하려고 했는데 이미 늦었다. 사진첩을 뒤져가며 기억을 더듬으며 쓰고 있다.
내내 쪼다였지만, 1주차가 제일 쪼다였음... T_T
숙소에서만 뒹구는 것을 방지하고 생활의 선을 긋기 위해 어학원을 선택한 것이 가장 큰 목적이어서, 그 의도는 성공했지만 스트레스도 상당했다.
그와 동시에 주거환경에 대한 불만도 있었고 집에 두고 온 고양이 문제도 있어서 첫 주가 가장 심적으로 힘들었다.
첫 번째로는 에어비앤비의 주방이 문제였다.
첫날 싱크대 물이 안 내려가서 기함했었는데, 그 문제는 배수구의 뚜껑을 여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되었다. (뚜껑이 뚜껑처럼 안 생겨서....;;)
그러나 부족한 요리 도구 및 식기와 바닥이 박박 긁힌 후라이팬, 분리수거 봉투가 제공되지 않는 점들이 마음에 안 들었다.
도마가 없어서 불편하게 접시 위에서 살살 칼질을 했었고, 큰 후라이팬을 사용할 수 없어서 작은 팬으로만 요리를 했다.
접시는 많은데 깊이가 좀 깊은 접시가 없었고, 볼도 있었으면 했다. 사실 칼도 잘 들지 않았다 ㅠㅠ
도마와 후라이팬은 1주일은 그냥 지내다가 결국은 호스트에게 요청해서 새 걸로 받았다.
후라이팬은 사진을 찍어 보냈고 도마는 주방 필수 아이템임을 호소했다. 금방 받았다. 진작 요청할 걸... 생각보다 혼쾌히 들어준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인데, 칼도 그냥 같이 요청할 걸 그랬다. 갈아봤는데도 안 든다 ㅠㅠ
조리도구의 문제는 아마 많은 에어비앤비에서 겪을 수 있는 문제일 것 같다. 그냥 바로 바로 요청하자.
영어로 메시지 쓰기 힘들면, 번역기를 돌려도 되고 그냥 사진 첨부해서 unusable이라고 하면 새 것으로 교체해줄 것이다.
몰타에서도 쓰레기 분리수거는 해야 한다. 일반 쓰레기(Mixed waste), 재활용, 음식물 쓰레기(Organic) 3가지로 구분되어 있고, 각기 버리는 봉투의 종류가 다르다.
숙소에서 일반 쓰레기 봉투는 제공이 되었다. 그것도 롤로 놔둔 것은 아니고 쓰레기통에 하나씩 씌워놨는데 1주일에 하나씩 사용할 수 있는 정도여서 굳이 추가로 요청하지는 않았다.
음쓰 봉투와 재활용 쓰레기 봉투가 제공이 되지 않았는데, 이미 조리도구 교체 요청을 한 상황이라 쓰레기 봉투 요청하기가 쉽지 않았다.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뭐 해달라고 요청하기 어려운 걸 어쩌누.
에어비앤비는 나 같은 사람보다는 이런 저런 요청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쓰면 더 좋을 것 같다. T_T
음쓰 봉투는 그냥 한 롤을 샀다. 1유로가 조금 넘는 가격이다. 분리배출이 원칙인 곳이라면, 호스트가 수거 봉투도 제공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조금은 부당한 듯 했지만 사고 나니 마음이 편안함....
재활용 쓰레기의 경우는, 그냥 15분 정도 걸어가서 플로리아나 지역의 재활용 수거함에 직접 버렸다;;;
페트병은 페트병 수거 기계에 넣으면 병 하나당 10센트씩 쳐서 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급하니까 수거 기계까지 가는 것이 어렵지 않으면 적당한 분량을 모아서 수거 기계에 넣으면 좋다.
내 경우는 슬리에마의 웰비스(Welbee's) 마트 주차장에 있는 수거 기계에 버렸다. 페트병 꼬박 꼬박 잘 챙겼으면 10유로는 나왔을텐데...
다니다 보면 쓰레기통에서 페트병만 골라서 들고가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한 번은 페트병 수거 기계에서 진짜 한가득 페트병과 캔을 들고 온 사람도 봤다(50개 넘었음...)
두 번째, 대형 슈퍼마켓이 없는 점.
살다보니 이게 제일 불편하다. 발레타에서 큰 슈퍼마켓은 아카디아(Arkadia) 뿐인데, 그것도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리들이나 스파보다 조금씩 비싸며... 물을 살 때 제일 짜증이 나는데, 2리터 생수를 사려고 하면 보통은 1.8유로 정도 한다. 심지어는 2리터도 잘 없고 거의 1.5리터... 여기서 사면 1.5리터 생수가 거의 2500원에 육박하는 것이다.
섬나라라는 걸 감안해도 너무 비싸다. 더운 나라라서 인당 하루에 2리터는 마시는데, 물값만 하루에 5천원씩 나가는 셈이다.
게다가 요리할 때도 엔간하면 수돗물 사용하지 않고 생수 쓰고 있어서 물값 지출이 상당했다.
1달 넘게 거주한다면 브리타 정수기도 고려해볼만 하다.
물론, 아카디아에도 조금 저렴한 생수(0.8유로)도 있다. 근데 늘 재고가 얼마 없거나 아예 없다.
리들 같은 마트에 가면 훨씬 저렴하게 구입 가능하다.
한달 살기를 할 때 대형 마트의 유무는 정말 중요한 문제니, 숙소를 정할 때 반드시 확인하도록 하자.
리들 가려면 배타고 슬리에마로 나가야 했는데, 나름의 운치가 있긴 했다...
세 번째로는 샤워기 헤드가 교체가 안 되는 점.
이건 케바케인데, 대개는 샤워기 헤드 교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숙소의 경우는 욕실이 2갠데, 그 중 하나가 샤워기 헤드 교체가 되지 않았다. 아마 헤드가 너무 오래되어;; 부식된 것 같았다. 뺀찌가 있어야 가능할 듯 했지만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결국은 교체가 가능한 다른 욕실만 사용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어쨌든 헤드 교체는 했지만, 도대체 얼마나 오래된 샤워기란 것인가 싶다....
참고로 필터는 정말 가져오길 잘한 것 같다. 일주일만에 필터 색이 맛이 가버린다. 필터 2개 챙겨오길 너무 잘했단 생각이 든다.
아마 발레타의 건물들이 오래되어 더 심한 것일지도 모른다.
네 번째로 데이터 잘 안 터지는 문제.
이건 어떤 통신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쓰리심 30일짜리 유심을 한국에서 구입해왔는데, 몰타에서는 대부분 몰타에 도착한 이후에 에픽 유심을 구입해서 쓰는 것 같았다.
주변인들을 보니 쓰리심보다는 에픽이 훨씬 잘 터지고 속도도 빨랐다. 쓰리심 사겠다는 사람 있으면 내가 쌍수 들고 말릴 것.
급하게 검색할 것이 있는데 좀 후미진 곳이거나 사람이 많거나 하면 안 터져서 너무 속터졌다 ㅠㅠ
숙소에서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했지만, 아마 싼 걸 쓰는지 속도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근데 어떤 통신사를 사용하든 한국인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자꾸 불평불만 쓰는 것 같아 좀 거시기한데, 최대한 솔직하게 쓰고 있다.
사실 불편하고 힘든 점보다는 즐겁고 좋았던 지분이 더 크다.
해외에서 한달 살기 또는 단기 연수란 상당한 지출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가급적 많은 것을 사전에 알아보고 가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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