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포스팅으로부터 한달이나 지났고 몰타에 다녀온지도 이미 2달이 넘게 지나서 기억이 꽤 많이 소실되었다.
매일 일기 쓰는 자는 얼마나 대단한가.
이번에는 이지스쿨의 레벨 변경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동행인과 나 모두 스피킹이 부족하다는 불만과 자아반성은 1주일 수업을 온전히 듣고 난 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둘의 해결 방식은 달랐는데, 동행인은 오후에 컨버세이션 클래스 2 레슨(1레슨 = 45분)을 추가하기를 원했고, 나는 레벨 변경을 원했다.
솔직히 우리 반 다른 학생들보다 버벅거리고 말도 잘 안 하는데, 레벨 올려달라고 하는 거 양심에 상당히 찔렸지만...
난 멍석이라도 좀 깔아줘야 입을 뗄 것 같아서...
이지스쿨의 한국인 스탭에게 금요일에 바로 레벨 변경을 원한다는 고지를 했고, 원칙적으로는 레벨테스트를 다시 봐야 한다고 했는데 그냥 아카데믹 매니저와 1대1로 스피킹 테스트로 결정하기로 했다.
등록 후 레벨 변경을 하는 경우는 대면 스피킹 테스트로 보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테스트 날짜는 화요일이었다.
씨게 떨리드만...
결과적으로 레벨 변경은 실패했다.
테스트 내용은 별 게 있진 않았다.
아카데믹 매니저의 방으로 들어가고 나서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몰타에서의 생활이 어떤지 물어보고 나 한국에서 뭐 했는지 물어보는 등 비교적 대화는 평이했는데...(그렇다고 내 대화가 유창했다는 건 아니고...)
너 지금 잡에 만족하니? 라고 물어보길래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달까...
엄... 이쯔낫아돈라잌마좝, 벗 암낫햅삐위드마이인컴 이라고 버벅거리면서 대답을 마치고 나니까 더 큰 질문이 기다린다.
그럼 니 드림잡은 뭐니?
너무 세속적으로 살아온 탓일까... 내겐 그 질문이 정말로 철학적으로 느껴졌다.
드립잡 같은건 있지도 않은데요! 난 그냥 일 안 해도 통장에 월 500씩 찍히는 잉여로 살고 싶은데요!
겨우 짜내서 어 빌딩오너 라고 대답했다.
다행히 한국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해본 적이 있다고 했던 그는 추가 질문 없이도 건물주 라는 내 대답을 이해한 듯 했다. 사실 난 언감생심 건물주가 되겠다는 야망을 가져본 적도 없는데....
레벨 변경 여부는 즉석에서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어드밴스드로 올라간다고 해서 스피킹 액티비티 비중이 많아지지 않는다. 그러니 레벨 변경 말고 너한테 이번 주 남은 기간과 다음 1주 동안 무료로 오후 컨버세이션 클래스를 제공해줄게. 생각해보고 알려줄래?"
후에 우리 반 다른 학생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당시에 어드밴스드 인원이 다 차 있고 성수기 직전이라 추가 클래스 오픈도 없고 뭐 그래서 우리 반에서도 상당수가 못 올라가는 것 같다고 했다. 물론 걔 뇌피셜인 것 같긴 했지만(아니면 내가 걔 말을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마지막 주에 우리반 전체가 C1(어드밴스드)으로 올라간 걸 보면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레벨 변경 요청을 하면서 걱정된 부분은, 우리 반 선생에게 불이익이 가거나 껄끄러워질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테스트 마치면서 한 번 더 이야기하긴 했다. 지금 선생님한테 불만이 있는 게 아니고 그냥 내가 스피킹 스킬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어쨋든 교사에게도 피드백이 들어가긴 한 것 같은게... 이후로 수업이 훨씬 스피킹 위주로 운영되어서 이 정도였으면 애초에 레벨 변경 요청할 필요는 없었겠다 싶은 수준이 되었다.
속으로 "수업 시간에 말도 안 하는 게 내 수업에 불만을 표하다니!" 하고 노여워했을지 모르지만...
스피킹이 늘어서 다른 학생들도 만족했으니까 모두에게 잘 된 일....
동행인의 경우는 그냥 회화 수업 추가를 선택했다.
여기서 등록 전에 했던 선택을 후회하게 되는데...T_T
우리에게는 2가지 특전 중 하나를 선택하는 옵션이 있었다.
1. 컨버세이션 2시간 추가(즉, 4주 동안 일반 코스 비용으로 집중 코스 등록)
2. 수업료 50유로 할인
등록 당시에는 그렇게 수업을 빡시게 들을 생각이 없어서 그냥 50유로 할인을 받았는데...
어학원 다니는 중에 추가하려니 비용이 몇 배로 들었다. 하 증말 T_T
정확한 비용은 지금 기억이 안 나는데 2주 동안 오후 회화 수업 2시간 추가 비용으로 한화로 35만원 가량을 결제했다.
1주일에 160유로 정도 한 거 같다... 미친 ㅠㅠ
중간에 네고해보고자 하는 시도는 했는데(이를테면, 집중 영어 코스에 해당하는 비용의 차액만 지불한다던가...)
이빨도 안 들어간다.
그나마 내게 1주일+3일 무료 수업이 주어졌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았다.
그래도 이 경험을 통해 교훈을 얻었다.
1.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피드백한다(수업 내용이나 인원 문제 등). 특히 단기 연수일수록 빠른 피드백이 중요한 것 같다.
생각보다 대응이 빠르고, 정확히 내가 원했던 결과는 아닐지 몰라도 뭐라도 얻을 수 있다.
특히 이지스쿨은 한국인 직원을 두고 있어서 이런 점을 커뮤니케이션하기 수월하다. 유진씨 아주 친절하고 성의있게 대해준다. 동행인은 차후에 오후 회화 클래스 인원 과다 문제로 한 번 더 이야기를 했더니 반 변경도 해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스피킹 좀 더 하면 좋겠다는 의견 같은 건 선생님한테 직접 이야기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난 그 정도 용기는 없다. 여튼 피드백을 하자.
2. 등록 후에는 뭐든지 비싸지니까, 등록 전에 수업 추가 등의 혜택이 있으면 그걸 선택하자. 수업을 많이 듣는 게 부담스럽거나 수업이 마음에 안 들면 가벼운 마음으로 제끼면 된다.
3. 이건 그냥 개인적인 소회인데,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그동안 너무 냉소 또는 부정적 마인드로 살아온 것이 아닌가 싶었다. 레벨테스트의 경험만으로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아니고, 내가 견지해온 자세가 적어도 어학원에서 영어 공부할 때는 마이너스 요소라고 느낀 적이 몇 차례 있었다. 자아성찰에 대한 기술은 기회가 닿는다면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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